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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포괄임금제 (장점, 문제점, 법적 쟁점)

by senayoon 2025. 5. 1.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 들어보게 되는 말, "우린 포괄임금제야." 면접에서, 연봉협상에서, 심지어 퇴직할 때까지도 그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포괄임금제 재검토를 언급하였는데, 포괄임금제는 도대체 무엇이고, 왜 논란이 많을까요? 이 글에서는 포괄임금제의 개념부터 장단점, 실제 사례, 법적 쟁점, 그리고 제도 개선 방향까지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포괄임금제

1. 포괄임금제란?

간단히 말하면, 기본급 외의 시간외수당(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등)을 별도로 계산하지 않고, 일정액을 포함해서 월급을 정하는 임금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A직원이 월 300만 원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그 안에는 이미 ‘야근수당 30만 원, 휴일근로수당 20만 원’이 포함되어 있다는 식입니다. 이 경우 회사는 추가 근로를 시켜도 별도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도입됩니다:

  • 근무시간 계산 및 수당 지급의 행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 업무 특성상 초과근로 발생이 잦고 예측이 어려운 경우 (예: 영업, 방송, IT 등)

2. 포괄임금제의 장점

포괄임금제는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나름의 효율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1) 계산 간소화

초과근로 시간이 들쭉날쭉한 경우, 일일이 수당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어 인사·노무 관리가 수월합니다.

(2) 급여 예측 가능

회사와 직원 모두 일정한 월급을 미리 확정하므로, 비용 예측 및 가계 계획 수립이 가능합니다.

(3) 성과 중심 보상 체계 가능

업무량과 상관없이 ‘성과’에 초점을 맞춘 보상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부 업종에서는 성과관리와 결합하기 쉽습니다.

3. 포괄임금제의 문제점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제도가 종종 남용되거나 오용되며, 많은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1) 야근·주말 근무를 당연시하는 문화

“어차피 시간외수당 다 포함됐잖아”라는 말로 무제한 초과근무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노동시간 산정·기록이 무시됨

시간외 근무 기록 자체가 의미 없어진다는 점에서, 장시간 노동의 은폐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3) 실제 수당보다 적게 지급

포괄임금으로 정해진 수당이 실제로 일한 시간에 대한 수당보다 훨씬 적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보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4. 법적으로 괜찮은 제도일까?

포괄임금제는 현재 법률상 명확히 금지된 제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노동관계법의 원칙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불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강조합니다:

  •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 산정이 곤란한 경우여야 함
  • 포괄임금 계약 체결 시 구체적인 수당 항목과 금액이 명시되어야 함
  • 실제 근무시간이 계약보다 많이 발생할 경우 추가수당 지급 의무 있음

📌 판례 참고

대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경우에는 포괄임금제는 부당하다”는 판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소송을 제기하면 근로자 승소 확률이 높은 제도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5. 포괄임금제는 모든 업종에 적용 가능한가?

아닙니다. 사실상 한정된 업종, 직무에만 타당성이 있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으로 아래의 직군에서는 일정한 법적 논리로 인정되기도 합니다:

업종사유
방송 작가, 기자 촬영/취재 등 예측 어려운 일정
외근 위주의 영업직 이동 시간 포함, 출퇴근 명확하지 않음
일부 IT개발자 유연근무제, 프로젝트 단위 업무

하지만 일반 사무직, 제조업, 행정직 등 출퇴근과 업무시간이 명확히 구분 가능한 직군에서는 포괄임금제가 인정되기 어렵고, 사실상 불법 가능성이 높습니다.

6. 실무 사례: 이렇게 문제가 되곤 해요

사례 ①

A회사는 신입사원에게 "기본급 250 + 고정 야근수당 50"이라는 명목으로 연봉 3,600만 원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매달 80시간이 넘는 야근을 시키고도, "이미 수당 포함된 거야"라며 추가 보상을 거부했습니다.
→ 노동청 진정 결과: 실제 초과근로시간 대비 수당 부족 → 추가 지급 명령

사례 ②

B사는 팀장급 직원들에게 ‘연봉제’를 핑계로 별도 근로시간 기록 없이 장시간 근무를 강요했습니다.
→ 포괄임금계약서 없이 포괄임금제를 운영한 것으로 간주 → 소송 패소

7. 근로자와 회사가 함께 알아야 할 것들

근로자라면?

  • 계약서에 구체적인 수당 항목, 계산 방식, 기준 시간이 명시돼 있는지 확인하세요.
  • 실제 근무시간은 따로 개인적으로 기록해두세요. (시간표, 캘린더, 메신저 로그 등도 증거 가능)

회사라면?

  • 업무 특성상 필요한 경우라도, 기준과 산식을 구체화한 명시적 계약서 작성이 필요합니다.
  • 연봉에 ‘다 포함돼 있다’는 말만 반복하면 분쟁 소지가 큽니다.
  • 가능하다면 유연근무제, 선택근로제 등 합법적 대안 제도 활용이 더 효과적입니다.

8. 제도 개선 방향: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포괄임금제는 노동자의 시간과 권리를 가리는 안개와 같은 제도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단지 수당 몇 만원을 줄이기 위해 ‘포괄’한다는 이름으로 초과근로를 합리화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신뢰도, 직원의 몰입도, 기업 이미지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포괄임금제 관행 개선을 위한 지침 강화와 불법 운영 사업장 점검을 예고하고 있으며, 노동계 역시 **“포괄임금제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포괄임금제는 결코 모든 기업이, 모든 직원에게 적용해도 괜찮은 ‘편리한 제도’가 아닙니다. 그 방식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때만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으며, 무분별한 적용은 불법 근로환경과 임금 체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신의 월급 안에 담긴 시간은 정당하게 보상받고 있나요? 단지 “다 포함돼 있다”는 말로 합리화되고 있지는 않나요? 이제는 근로자도, 고용주도 ‘포괄임금제’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현실을 마주할 시간입니다.